느낌과 생각2008. 6. 1. 22:00

얼마전에 춘계예술대전 구경을 했었는데, 1026점의 작품을 출품 받아서 모두를 전시한 행사였다. 자격에도 제한이 없어서 작가는 4세부터 67세까지 있었다고 한다. 전시회에는 우연히 가족들과 근처를 지나다가 들려보았다. (나중에 이 행사의 취지가 아트폴리와 통한다고 생각하여 주최자와 얘기도 하였고, 그 게시판에 아트폴리 안내도 올렸다.) 죽 둘러보고 있는데 안내자가 6점의 입상작이 별도로 전시되어 있다고 하길래, 그 작품들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런데, 적어도 내 취향에는 밖에 있는 작품 중에서 더 마음에 드는 것들이 많았던 것이다. 전문가들이 선정하신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만, 내 눈과는 달랐던 것이다.


과연 미술에도, 더 넓게는 예술에도, 수준이라는 것이 등수를 매기는 것이 가능할까?


사실 생각해보면, 현실 세계의 모든 예술에 등수를 매기는 일은 존재한다. 각종 신춘문예, 음악 콩쿠르, 미술 대회, 영화제 등에서 '이 작품은 다른 작품들보다 우월하다'라고 평가를 하고 시상을 한다. 대부분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예술성'을 심사하여 선정한다. 그렇다면 과연 '예술성'이란 것은 무엇일까? 존재하는 것일까?


관련 있는 일인 것 같은데, 아트폴리와 관련하여 작가들과 얘기를 하면서 가끔씩 받은 질문이 있다.


"정말 아트폴리는 (작가 수준 따지지 않고) 아무나 다 받으실 생각입니까?"


내가 그렇다고 하면,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 작품이 수준있는 작품들과 함께 했으면'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럴 때 생각나는 것이 팝 음악 그룹인 Abba이다. 아바가 활동하던 70-80년대의 팝음악계에서는 하드록, 프로그레시브록, 재즈 등이 '진짜 음악'이고, 아바의 음악은 대중들이 춤추기 좋은 그저 한 때의 유행에 불과한 음악이라는 시각이 음악 전문가와 하드코어 록 팬들 사이에 많았다. 나도 그런 사람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아바의 음악을 '한 때의 유행음악'이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한 음악'이라고 깎아 내리는 음악 전문가보다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칭송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비틀즈나 퀸의 음악과 같은 또는 그 이상의 생명력을 갖고 계속 사랑받고 있다. 반면에 예전에 '진짜 음악'이라는 칭찬을 받던 음악들이 지금은 잊혀졌거나, 다시 들어보면 별로 감흥이 없는 경우는 숫하게 많다.


그렇다면 아바의 음악을 낮게 평가한 전문가들은 틀린 것일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아마도 약간의 수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만, 그보다는 그러한 등수도 전문가들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은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감동하고 좋아하는 것 아닐까?

Posted by slow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