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과 생각2008. 8. 11. 18:48

아시아프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전시회 첫날인 지난주 수요일에 다녀왔으니 좀 되었습니다.



저에게 우선 다가온 것은 미술 대중화에 희망이 있다는 느낌입니다. 제가 첫날 3시 정도에 갔는데, 12시에 시작한 전시회에서 이미 30% 정도의 작품들이 판매완료 표시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저녁에 미술 평론가 분을 만났는데, 첫날에 전시된 작품의 50% 이상이 팔렸다고 하더군요. 100만원 이하의 작품들도 많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람들이 지갑을 열기 쉽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이미 기존 미술시장에서 구매를 해 본 컬렉터들이 더 많이 샀을지도 모르지만, 한 사람당 2점까지만 살 수 있게 해 놓았다고 하니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구매를 했을 것입니다.

아트폴리(www.artpoli.com)로 미술 대중 시장을 개척하려는 저의 입장에서는 희망적인 광경이었습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대규모 행사를 큰 회사들이 하니까 역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구나 하는 그런 생각... 하지만, 아트폴리는 또 나름대로의 역할과 매력이 있으니까요.

 

두번째로 느낀 것은 사람들이 실제로 미술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하는 느낌입니다. 많은 분들이, 정말 남녀노소가 미술작품을 기쁘고 호기심에 찬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도 이제 어느덧, 미술 작품의 느낌이 마음에 다가오는 시대가 되었나 봅니다. 참 기분 좋은 광경이었습니다.

저는 대중적인 미술 시장이 어쩌면 기존의 고급 미술시장 이상으로 순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순수'라는 것은 대단히 애매한 개념입니다. 일단 제가 말하는 순수란 '투자'를 위한 미술에 대비한 '보고 즐기는' 미술을 의미합니다. 기존의 고급 미술 시장은 투자 목적이 더 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는 투자 목적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투자 목적의 시장만이 존재하는 것은 조금 비정상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보고 즐기는 것이 주 목적이고, 투자는 이차적인 목적이 되는 것이 맞이 않을까요? 또는 투자를 위해서 사는 사람들보다, 보고 즐기려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건강한 시장 아닐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따로 한번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세번째로, 옛 서울역사 자체가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국에 가보면 오래된 건물들이 많아서 도시가 운치있음을 많이 느끼는데, 우리는 조금 오래된 건물들을 이런 저런 이유로 다 없애고 있죠. 우리나라의 오래된 건물들도 이런 좋은 목적으로 잘 활용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가격의 결정 과정에 대하여 아주 조금의 의문이 있습니다. 뉴스로 들은 바로는, 출품 작품들의 가격을 우선 전문가들이 정하여 권고하고, (젊은) 작가들이 그 가격을 수용하거나 아니면 거부하여 다시 정하거나 했다고 합니다. 저는 왜 그냥 작가들이 스스로 결정하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격이라는 것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합의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고 미술 작품의 가치라는 것은 그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으로 결정되는 것일텐데, 이 과정에 전문가의 의견이라는 '객관적인, 적정한' 가격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하는 물음입니다. 아트폴리는 작가가 가격을 정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적정한 가격이 뭐냐'라는 질문을 하는 것도 현실이고, TV에서도 골동품의 '감정'이라는 것도 엄연히 존재하죠. 사실 경제학과 예술의 경계에 속하는 미묘한 문제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부분도 따로 한번 생각을 정리해 봐야겠습니다.

8/13일 수요일부터 5일간 2부 전시회가 있으니, 가 보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1년에 미술작품 1-2점은 사 보시는 것이 어떨지요.

Posted by slowblogger